"독이되는 부모"를 읽다. by 푸른달팽이

어딘가 돌아다니는 서평을 보고 읽을 책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왜 읽을 책 리스트에 올려두게 되었는지 기록해두기로 했다.
독이 되는 부모
수잔 포워드 지음, 김형섭 외 옮김 / 푸른육아
나의 점수 : ★★★★

알콜중독, 학대, 방임 등의 심각한 부모의 행동이 자녀에게 미치는 행동과 그런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 

읽기 전에는 어떤 부모나 범할 수 있는 잘못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보다 극단적인 문제를 가진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이를 너무 야단치면 안된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성적, 육체적으로 학대해선 안된다.',
'부모의 알콜중독은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같은
심각한 상황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부모로 인해 상처받은 채 어른이 된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어른이 되거나, 심지어는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어린시절에 받은 부모의 영향으로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심리상담을 하는 책인데,
'문제가 있는'부모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였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는, 그런 부모를 용서하려고 하지 말고, 
부모와 직접 대면하여 분명히 과거를 짚고 넘어가며,
어쩔 수 없다면 부모와 의절까지도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제시한 방법이 받아들이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부모의 영향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니 
거부하지 말고 반드시 그렇게 하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불가항력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았던 불합리한 처우는 안타깝지만,
장성한 후에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약자가 된 부모에게 과거를 따지고 든다면
그것은 부모가 자신이 어린시절에 했던 것과 같이 
자신도 약자에 대한 횡포를 부리는 것에 다름없지 않나 하여 동의할 수 없었다.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되물어 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본인이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른이 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부모를 그저 하나의 인간이라고 받아들인다면, 화낼필요도, 용서할 필요도 없다.
그저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상대하고 이해하면 될 뿐이다.

간혹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버린 어른들을 만나면 충고하기를,
'부모도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사춘기는 끝이 난다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부모가 되어서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왜 나한테 이러라 저래라 하는거지?'
'당신은 그렇게 못하면서 왜 나한테 그러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여전히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씩이라도 나에게 심한 소리를 하는 인간을 만나고,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인간을 만나고,
자신도 못하는 일을 나에게 기대하는 인간을 만난다.
하지만, 그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부모도 하나의 인간이라고 여긴다면 용서할 필요도, 분노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책임질 수 없는 충고를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행여 가정이 파탄이 나는 경우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었다.

저자의 말을 참고만 할 생각이라면 읽기에 나쁜 책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문제있는 부모'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가족사를 가진 배우자나 친구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덧글

  • 지로 2011/02/17 04:54 # 삭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당신처럼 말할수 있다
    부모같지 않은 괴물과 의절까지 하는건 인연을 끊는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수단이다
    가족이라서 더 비참하다 ... 당신은 부모가 학대해도 남처럼 한귀로 흘리고 잊어버릴수있는가 . 목숨연명하자고 밥세끼먹자고 지옥같은곳에서 최소20년을버틴 사람들에게 이런말 하면 칼맞아 죽을일이다
    저자의 말이 맞다 . 나는 공감한다
  • 푸른달팽이 2011/02/20 22:47 #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셨군요. 이 책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 detox 2011/04/07 12:47 # 삭제

    저도 작년에 이 책을 읽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사람입니다.

    솔직히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지만,

    푸른달팽이님의 글은 동의 하기 힘들군요.

    독이 되는 부모 밑의 자식들 대부분은 푸른달팽이님이 말씀하신 '사춘기'를

    겪지 못합니다.

    부모가 자식의 자아 형성을 완전히 억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춘기는 오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자아가 없어서 인생이 괴롭습니다.

    푸른달팽이님이 이 책에 공감이 안 될 정도로

    문제 없는 가정생활을 하신 것 같아 다행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를 너무 일반적이고 모호한 도덕론으로 비판한 것은 유감입니다.
  • 푸른달팽이 2011/04/07 23:01 #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서평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너무 기분 언짢지 않으셨길 바랍니다.

    하지만, 쓴 글 내용 밖에서 오해를 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극복하고 경험한 것을 쓴 것이지, 남의 일을 쉽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불운한 과거를 익명의 댓글에 답글로 달기는 뭣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꽤 문제없이 자라난 것 같이 보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오해받는 입장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관심 감사합니다.
  • 지나가던이 2011/12/21 02:08 # 삭제

    저는 원본인 영어로 읽었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고서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평생 부모님께 잘보이려고 노력하고 오직 부모님을 위해서 살던 저를 생각하니 이 책을 읽은 후 매우 복잡한 심정이였고요. 이 책을 좀 더 일찍 발견하지 못한 점이 가장 후회됬습니다.

    한글판에서 좀 간추린 것 같은 부모의 성추행 같은데요... (영어버전은 1부가 8장으로, 7장 전부가 부모의 성추행에 관한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저를 성추행 하신 제 아버지를 용서 할 수 있는지, 이대로 부모님과 의절되는건지... 이 책을 일기 전까진 솔직히 제가 아버지께 성추행 당하고 그게 얼마나 제 정신건강을 괴롭혔는지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 하신 행동들이 성추행이란 생각도 하지 않았었구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이유는 사실 다른일로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괴로워서 이 책이 도움이 될까 해서였습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자신이 잘못됬다고 생각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구요... 아직도 그렇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피해자인 저는 "안돼" 라는 말을 못하고, 다른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 합니다. 아마 이런 제 자신을 고쳐나가고, 제 자신을 위해서 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노력해볼려고 합니다.

    한가지 수잔 포워드와 동의하지 않는것이 있다면... 이런 독이되는 부모들과 꼭 대면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쓴분 의견처럼... 가정이 파괴될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미국인들이 써놓은 의견을 보면 이런 부모와 대면했다가 일이 더 커져서 더 우울해진 사람들도 많더군요. 저는 마찬가지구요, 저는 이 책 일기전에 대면했었는데요... 일만 더 커졌지요. 이런 부모들은 대개 자신만 생각합니다. 자살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죄책감, 자기혐오, 자신없는 나의 모습에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였습니다.

    저는 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다만 한가지 아는게 있다면, 제 자식들은 절대로 제 부모님께서 하셨던것처럼 대하지 않을 것 입니다. 제 생각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글쓴이의 소감, 잘 보았구요, 저처럼 부모님께 상처받은 다른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만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리구요).
  • 어이없네 2012/05/17 10:34 # 삭제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는 사람으로 이 책을 읽어보라 추천받아서 책이름을 검색해보고, 이 글을 읽게 됬었습니다. 일년이 넘은 글인 것 같지만 화가 나서 댓글을 답니다.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른이 되지 못했다구요? 너무 어이가 없는 말이라 씁슬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화낼필요도 용서할 필요도 없다구요? 인생에 그럼 "화"를 내는 사람들은 왜 있는것일까요. 모두들 다 사춘기를 지나지 못한 어른이 아니기 때문입니까? 글쓴이께서는 세상을 초월하신 것 처럼 말씀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글쓴이의 글을 읽고 매우 속이 상합니다. 화가납니다. 하지만 글쓴이 말대로 글쓴이도 불완전한 인간이니 분노도 용서도 할 필요가 없겠죠. 저에게 화를 내지도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이 더욱 읽고싶게 해주신 점은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