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의 수면세계

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시행하여 여의도KMI에서 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을때 위내시경을 한것은 이번까지 합쳐서 3번째인데
나는 매번 수면내시경을 선택했다.

위 내시경검사를 받았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무진장 괴로웠다하고,
눈물 콧물 침을 줄줄 흘리면서 살려달라고(말은 못하고) 발버둥쳤다는 이야기며
검사자가 '여기 이거 보이시죠?'하고 자꾸 물으면 '어거거거'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고
물어보지 말고 제발 빨리 끝내주기만을 바랬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심지어는 겁탈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차마 맨정신에는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수면 내시경을 항상 선택하게 되었다.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간호사가 '자 주사약 들어갑니다.. 숨 크게 들이쉬고.. 내뱉으시고...'하고
나는 그렇게 숨을 마시고 내뱉고...
바로 다음 순간 간호사가 흔들어 깨우면서 '다 끝났습니다.' 하는데
왠일인지 내 눈가에 눈물이 흘러있고 볼에는 침이 묻어있고
조금 전까지 뭔가 꿈을 꾸고 있었던 기분이 드는 것까지의 기억 뿐이다.

사람들 말로는 수면내시경이 정말 잠이 드는게 아니라
사실 정신 멀쩡하게 온갖 고통속에 몸부림치는건 똑같은데
내시경 하는 동안 일어난 일들을 기억 못하게 하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인지 아닌지 몰라도 기억나는 것은 그렇게 앞뒤의 일밖에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면약을 주사맞으면
이성이 사라지고 완전히 본성만 남는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어서
혹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 시덥잖은 소리를 하거나
내시경을 두선으로 부여잡고 뽑으려고 하는 등 진상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수면제가 들어가기 직전까지 바짝 긴장해있기도 한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마다,
수면에 들어간 다음 혹시 죽으면 깨어나는 기억이 없고 그냥 끝이겠지?하는 상상과
간호사가 흔들어 깨웠을 때 '지금이 몇년이죠?'하고 물어볼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기억이 이렇게 수십분씩 단절되는 경험은 매번 새로운 것 같다.

하긴 가끔씩은 폭음으로도 이런 기분 느낄 수도 있고,
어쩌면 매일 잠자리에 들때마다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by 푸른달팽이 | 2009/06/01 16:33 | 푸른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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