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들에 대하여. by 푸른달팽이

설날과 추석때 비행기를 타면,
평소보다 아기를 동반한 승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백일 후로부터 두돌 전의 아이들은 비행기에서 꼼짝않고 있는 것도 고역이고
시끄럽게 들리는 비행기 굉음도 무섭고 기압차로 귀가 먹먹해지는 것도 불편해서
연신 시끄럽게 울어대기 마련이다.

나는 6살무렵부터 설과 추석에는 항상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기에
이런 아이들을 많이 봐 왔고,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을 때는
동생이 유난히도 많이 울어서 고생을 시켰기 때문에
내 아이가 생기고 비행기를 타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두었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좌석을 일반석이 아니라 프레스티지석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
좌석이 넓기 때문에 아이가 답답해 하지 않고,
울더라도 앞좌석, 옆좌석과 조금 더 떨어져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면목이 조금 더 생긴다.
필요할 때는 복도로 나가서 애를 달래기도 편해서 좋다.
그리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프레스티지석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가 크게 울어서 짜증스럽다고 해도 불평을 참는 편이다.

그 밖에도 기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젖병같은 것을 챙겨간다거나,
너무 심각하게 우는 아이라면 좀 가혹하긴 하지만
전날부터 피곤하게 해서 정신없이 자게 한다거나 할 각오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지민이는 울지 않아서 부가 조치는 필요 없었지만.)

사람들 중에는 자기 아이가 남에게 폐를 끼치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서,
말못하는 아이라 어쩌지 못하더라도
주위 사람에게 너무나 미안해 하고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또다른 어떤 사람들은 말못하는 아이니까 어른들이 이해해줘야 한다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아이를 감싸고, 아이 기죽이는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보시다시피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대단한 교육철학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소심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는 소심한 것이 내 생존에 도움이 되는 유전형질이었으니, 전달하려고.




이번 설에 김해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좌석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내 바로 옆에
60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아주머니는 좌석에 앉자 마자
아이와 나, 아내쪽을 흘끗 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프레스티지석 공간에는 아기들이 서넛 정도 있었고
이륙을 준비하면서부터 아기들이 울기 시작했는데
아주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아기를 별로 안좋아하는 아주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비행기에서는 작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비행기가 기수를 들고 이륙하는 순간 프레스티지석과 일반석 사이에 있는 주방에서
물병이며 식기 같은 것이 와당탕 소리를 내면서 굴러떨어졌다.
소리를 듣고 뒤를 확 돌아보니 주방에서 물건들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승무원들이 물건들을 잘 고정시켜두지 못했나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륙 직후 옆자리의 아주머니가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서비스 컴플레인을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엿들었더니
'이륙할 때 물건이 떨어지거나 하면
안내방송으로 무슨 일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사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하는 내용이었다.
공감했다. 우리한테는 이륙할 때 의자 등받이도 못 눞히게 하면서(평소 불만-.-) 
이륙 준비 미비에 대해 그정도 사과는 해야지...
스튜어디스가 옆에 눈높이를 맞추고 앉아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연신 사과를 한다.
보기 좋은 컴플레인 대처 모습이었다.

그런데 뒤에 또다른 컴플레인이 붙는다.
'편하게 가려고 프레스티지 석으로 가는데
아이들이 너무 울어서 시끄럽다. 아기 엄마한테 아기좀 달래라고 해라'

흐음...?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타인의 사정이 갑자기 머리를 톡하고 쳤다.
하긴, 프레스티지석에 아이와 함께 탑승한 사람들은 나처럼
아기와 부모가 편하고자 웃돈을 주고 편한 좌석을 산 것이지만,
그 아주머니도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 프레스티지석에 탑승했는데
물건은 떨어지지, 아기들은 울어서 시끄럽지...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프레스티지석이라는 상품에 대한 인식 차이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인지부조화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아주머니가 직접
우리한테라던가 아기보는 다른 부모에게 조용시키라고 말했다면
나역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겠지만,
그 아주머니는 아기가 우는 것과 아기를 돌보지 않는 것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자신이 예상했던 서비스 품질에 미달되는 서비스를 받은 것에 대한 컴플레인을 한 것이므로
다른 고객인 우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 측인
스튜어디스에게 항의하는 것은 적절한 행위였다.

이 컴플레인을 항공사가 아기를 싫어하는 진상손님의 사례로 생각해버렸다면 그만이지만
고객 지향적 서비스 전략을 세우는 항공사라면,
아기를 동반한 승객과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승객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테니
분명 생산적인 컴플레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기를 동반하고 항공여행을 하는 것은
부모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주위사람도 힘든 일이다.
게다가 항공사에게도 힘든 일일 것이다.
부모가 노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가 항공여행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
주위 사람이 양해하고 참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항공사가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좋을까?

짧은 비행을 마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덧글

  • 아트걸 2009/01/29 12:36 #

    잘 읽었습니다. 애가 9개월 때 유럽에 데리고 여행다녔던 입장인지라...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트랙백 달고 갑니다. ^^;
  • 푸른달팽이 2009/01/29 13:33 #

    고생 많으셨겠어요 ^^ 트랙백된 글 읽으러 갑니다~
  • 2009/01/29 13: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푸른달팽이 2009/01/29 13:33 #

    예 감사합니다 ^^ 근데 왜 비밀글로^^;
    비밀글로 하셨으니 저는 링크 안걸어야 하는거죠?
  • 2009/01/29 1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oya 2009/01/29 14:53 #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보고 들어왔습니다.
    첫 부분을 읽을 때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쓴 불평글인가.. 싶었는데... 와..ㅠㅠ 그렇게 생각한 것이 죄송스러워질 정도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르게 견해를 적어주신 내용을 보고 감탄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댓글도 남겨봅니다. >.<
    마지막 부분의 글이 참 와닿네요. 하다못해 고급 음식점에서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구는 아이를 보면 대개는 아이를 그렇게 풀어놓은 부모탓, 그걸 참지못하고 불편한 기색을 내는 주위탓을 하는데,
    정작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지 않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지 않은 음식점의 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성도 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푸른달팽이 2009/01/29 14:57 #

    사실 저도 글 쓰다가 마무리가 잘 안되어서 헤메던 중에 문득 떠올라서 썼어요^^

    아기도 잘못한 게 없고, 부모도 어쩔 수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것도 옳지 않고
    서비스 제공자도 난처하기도 마찬가지고 말이죠...

    찾으면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그런게 보이더라구요..

    감사합니다~
  • 덩가 2009/01/29 20:58 # 삭제

    와, 멋진 글이네요.
    스튜디어스한테 얘기를 하면 왜 아기 부모한테 직접 얘기하지 괜히 돌려서 더 기분나쁘게 하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일은 아기 가족과 옆자리사람 둘의 문제가 아닌 항공사까지 포함된 셋의 문제가 맞는 거죠.
    저도 항공사에서 아기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근데 비행기 역사가 몇년인데 아직 그런게 없는 걸까요?
  • 푸른달팽이 2009/01/29 22:06 #

    항공사도 아기를 동반한 승객에게 돈을 조금 더 받는 상품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공짜로 아기 태워서 가는 것보다 돈 더 주고서라도 모두 편안한 여행을 원하니까요.

    아무래도 인구 감소 문제 때문에 아기 승객 수가 줄어서
    앞으로 향후라도 그런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오히려 어쩌면 제가 노인이 되었을 때 쯤
    젊은 사람이 노인과 멀리 떨어져 않게 해주는 서비스가 생길지도^^;
  • 지혜이 2009/01/30 00:11 # 삭제

    만 2세 미만 아기들 10% 요금 냅니다. 공짜 아녀요. 자리 배정은 안 받아도.
    만 2세 미만이라도 자리 배정 받고 싶으면 어린이 좌석 살 수 있습니다.
  • 푸른달팽이 2009/01/30 10:20 #

    국내선은 무료랍니다.^^
    http://kr.koreanair.com/kalmain/kalsrv/airport/02_04.aspx
    국제선은 10% 내는 것 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