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단상.

솔직해지자면,
연말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

올 한해 나의 화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따르는 소중한 것 먼저하기.
"리더십과 자기기만"에 따르는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
그리고 꾸준한 독서와 공부를 통한 지식 습득이었다.

소중한 것 먼저하기에 따라서
연초의 휴가를 이용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시간을 가지는 것을 시작으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숙고한 끝에 매경휴넷 MBA과정도 입과했고
가족과의 시간도 더 많이 가지게 되었으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웹 프랭클린 플래너프랭클린 플래너 폰에도 관심을 가졌었다.

2007년 말에 읽었던 "리더십과 자기기만"에 대한 여파로
한 해동안 주위 사람들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평소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 입장에서 생각도 많이 해 볼 수 있었으며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것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올해 읽은 책은 30권 조금 넘는 정도로서
최근 10년 중 가장 책을 많이 읽은 한 해인것 같다.
매경 휴넷 MBA과정을 통해서 경영지식도 많이 채워나갔고
특히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자연과학적 시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 같아 좋았다.


하지만,
그저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욕심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남는 자투리 시간은 점점 없어져서 생활이 점점 건조해졌지만
하나같이 포기할 수 없는 일들로 하루를 꽉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던 것 같다.

요즘들어 자신이 살아오던 진로를 크게 바꾼 주변인들을 종종 마주친다.
학업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어학연수 기회로부터 소질을 보여서 영어강사로 성공한 사람,
기계공학과를 나와 대기업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치과전문대학원을 마치고 치과의사가 된 사람,
회사 다니던 중에 수능을 다시 보고 한의대에 입학한 사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원자력 벤처에 들어가서 엄청 열심인 사람.

그런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 있자면,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 스스로 결정했을 때에는
혹시 상상력이 너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너무 좁은 틀안에서만 결정한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과한 상상력으로 무모한 도전을 했다가 인생 다 말아먹어서는 안된다는 겁도 났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다 보니
'그래, 대체 소중한게 뭐야?'라는 질문으로 발전하고
'그래, 그러게 도대체 소중한게 뭐냐구' 라는 질문으로 빠져들기만 해서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하는 의문만 점점 더 커진 한해이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 측면에서도
알면 알수록 의문이 더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타인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되면 될수록,
그 타인의 입장에서 관찰된 나의 모습이 더욱 객관적으로 뚜렷해지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 없고 괴상하게 비틀려있으며,
그들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가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이상해보이지 않게 되자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가가 점점 드러나고, 그로 인해 부끄럽고,
자신을 미워하게 되고, 가치관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독서와 공부도, 하면 할수록 더 무지해지는 경험을 했다.
지식을 습득하고 있자면,
무언가 항상 흐릿하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남고
이해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1"이라면
그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는 사실이 "10"정도 발견되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식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새로운 모르는 것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정말 지혜롭고 글 잘쓰고 현명한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고
부럽고 질시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서
나는 언제나 저렇게 되나, 나는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커져서
점점 또 자신이 부끄럽게 되기도 했다.


반어적으로 현학적으로 쓰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올 한해는,
소중한것을 생각하다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게 되었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가깝게 지내려다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더 어려워졌으며,
공부좀 많이 해보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모르는 것만 잔뜩 늘어나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두 멈추고 다시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by 푸른달팽이 | 2008/12/29 17:14 | 검은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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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nsky97 at 2009/01/03 13:43
결론은.. 프랭클린플래너 쓰면 좋은 건가요..-_-??
오늘 프랭클린플래너폰 지를까 생각중인데 말이죠.ㅋ^^
Commented by 푸른달팽이 at 2009/01/03 16:23
프랭클린 플래너는 좋은데 플래너폰은 비추..
Commented by 아적 at 2009/01/13 14:16
비슷한 생각을 생각을 가끔 하는데,
소위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저도 여기 포함됩니다.)
'공부 좀 해보니 모르는 것만 잔뜩 늘어나버려서'
좁게 좁게 더이상 모르는 것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될 때까지
범위를 한정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하면
불안감은 덜 하겠죠.
이미 인류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따라잡기에는
너무나 많은 지식을 만들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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