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년 추석에는 비행기편으로 김해에 다녀온다.
이번 추석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이번 추석에는 아내와 아이는 남겨두고
정말 오랜만에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이다.
평소 입지 않는 양복을 입고
게다가 이제는 살이 쪄서 목둘레가 맞지 않는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면
이른 추석의 후덥지근한 날씨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덥고 짜증스러워진다.
그리고 추석때는 특히 평소때보다 어린아기들이 비행기에 많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에는 아기과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짜증스럽게 우는 것도
각오해야 했다.
비행기에 올랐는데 평소에 타던 비행기보다 작은 B737기종이다.
이 기종은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좌석이 3개씩 총 6석이 있는 구조인데,
보통의 좌석보다 의자가 좁아서 보통의 성인 남성이라면 팔걸이를 쓰지 않고는 앉기 힘들며,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이고 앉아도 무릎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겨우 생기는 정도이다.
내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하니,
복도측 자리에 오동통한 30대 후반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나는 복도와 창 사이의 가운데 자리였고,
내가 자리에 앉더라도 나보다 더 안쪽인 창측에 앉을 사람이 오면
또 비켜줘야 할 상황이었다.
"저.. 제가 안쪽자리인데요...?" 하며 양해를 구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배실 웃으시더니 일어서지는 않으시고 의자에 바짝 당겨 앉는다.
무릎 앞의 틈으로 지나가라는 이야기인데..
보통 이런 경우라면 일어서주면 좋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만
힘겹게 아주머니의 무릎과 의자 등받이 사이로 지나갔다.
잠시 후 창측 자리 주인이 나타났고,
아주머니는 역시 일어나주지 않아서
내가 한 것과 같이 자리를 비집고 겨우 자리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 사람은 나까지 두명을 비집고 들어오느라 조금 더 힘들어보였다.
넥타이는 목을 죄어 오고, 에어컨은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덥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행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이려 하는데,
양쪽에서 팔걸이를 차지하고 몸을 비벼온다.
나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팔걸이는 모두 양보해버리는 편인데,
팔걸이 폭이 좁다보니 그것도 지나쳐 내 몸을 비비며 나를 좁혀오고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명절이고, 주위에서 아기들은 울어대기 시작하고,
스튜어디스마저도 조금 짜증스럽게 '아기 좀 안고 계세요'하고 이야기할 정도라
그저 묵묵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비행, 결국에는 착륙, 도착.
사람들이 복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창측에 앉은 아저씨는 빨리 나가고 싶은지 자꾸 우리에게 눈치를 주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일찍 나가셔야 하면 앞으로 지나가세요.. 저는 기다려야 되어서요."
나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점잖게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다
"기다리시더라도 나가서 만나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아주머니가 내 말을 바로 받지 않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비켜주시는게 나가는게 편하거든요! 그것도 두 사람이나.'라고 했을거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그게.. 제가 여기서 앉아서 기다려야 되거든요..."
순간적으로 무슨말이지 하고 생각하다가 아주머니의 다리를 보았다.
다리가 조금 뒤틀리고 짤달막해서 앉은키에 비해 조금 짧아보였다.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 장애인이셨구나....
거짓말처럼, 지금까지 아주머니에 대해서 기분이 나빳던 것들이
한꺼번에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분이 장애인이셔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상대방의 사정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혼자 그분을 미워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주머니를 지나쳐 비행기를 나오는데
접는 휠체어를 기내로 들고 들어가려는 공항 직원 두 분이 보였다.
정말로 상대방의 사정따위 생각하지 않고,
상자속에서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 재어보는 일은 이제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아이때처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제멋대로 단정하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쁜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
이 날의 일을 늘 마음에 새기고 세상을 봐야지...
이번 추석에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이번 추석에는 아내와 아이는 남겨두고
정말 오랜만에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이다.
평소 입지 않는 양복을 입고
게다가 이제는 살이 쪄서 목둘레가 맞지 않는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면
이른 추석의 후덥지근한 날씨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덥고 짜증스러워진다.
그리고 추석때는 특히 평소때보다 어린아기들이 비행기에 많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에는 아기과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짜증스럽게 우는 것도
각오해야 했다.
비행기에 올랐는데 평소에 타던 비행기보다 작은 B737기종이다.
이 기종은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좌석이 3개씩 총 6석이 있는 구조인데,
보통의 좌석보다 의자가 좁아서 보통의 성인 남성이라면 팔걸이를 쓰지 않고는 앉기 힘들며,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이고 앉아도 무릎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겨우 생기는 정도이다.
내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하니,
복도측 자리에 오동통한 30대 후반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나는 복도와 창 사이의 가운데 자리였고,
내가 자리에 앉더라도 나보다 더 안쪽인 창측에 앉을 사람이 오면
또 비켜줘야 할 상황이었다.
"저.. 제가 안쪽자리인데요...?" 하며 양해를 구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배실 웃으시더니 일어서지는 않으시고 의자에 바짝 당겨 앉는다.
무릎 앞의 틈으로 지나가라는 이야기인데..
보통 이런 경우라면 일어서주면 좋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만
힘겹게 아주머니의 무릎과 의자 등받이 사이로 지나갔다.
잠시 후 창측 자리 주인이 나타났고,
아주머니는 역시 일어나주지 않아서
내가 한 것과 같이 자리를 비집고 겨우 자리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 사람은 나까지 두명을 비집고 들어오느라 조금 더 힘들어보였다.
넥타이는 목을 죄어 오고, 에어컨은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덥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행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이려 하는데,
양쪽에서 팔걸이를 차지하고 몸을 비벼온다.
나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팔걸이는 모두 양보해버리는 편인데,
팔걸이 폭이 좁다보니 그것도 지나쳐 내 몸을 비비며 나를 좁혀오고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명절이고, 주위에서 아기들은 울어대기 시작하고,
스튜어디스마저도 조금 짜증스럽게 '아기 좀 안고 계세요'하고 이야기할 정도라
그저 묵묵히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비행, 결국에는 착륙, 도착.
사람들이 복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창측에 앉은 아저씨는 빨리 나가고 싶은지 자꾸 우리에게 눈치를 주는데,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일찍 나가셔야 하면 앞으로 지나가세요.. 저는 기다려야 되어서요."
나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점잖게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다
"기다리시더라도 나가서 만나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아주머니가 내 말을 바로 받지 않았으면 나는 틀림없이
'비켜주시는게 나가는게 편하거든요! 그것도 두 사람이나.'라고 했을거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그게.. 제가 여기서 앉아서 기다려야 되거든요..."
순간적으로 무슨말이지 하고 생각하다가 아주머니의 다리를 보았다.
다리가 조금 뒤틀리고 짤달막해서 앉은키에 비해 조금 짧아보였다.
바닥에 다리가 닿지 않을 정도였으니.
아.. 장애인이셨구나....
거짓말처럼, 지금까지 아주머니에 대해서 기분이 나빳던 것들이
한꺼번에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분이 장애인이셔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상대방의 사정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혼자 그분을 미워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주머니를 지나쳐 비행기를 나오는데
접는 휠체어를 기내로 들고 들어가려는 공항 직원 두 분이 보였다.
정말로 상대방의 사정따위 생각하지 않고,
상자속에서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 재어보는 일은 이제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아이때처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지 제멋대로 단정하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쁜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
이 날의 일을 늘 마음에 새기고 세상을 봐야지...






덧글
디굴디굴 2008/09/16 12:25 #
푸른달팽이 2008/09/16 13:06 #
타누키 2008/09/16 12:35 #
푸른달팽이 2008/09/16 13:06 #
memi 2008/09/16 13:05 #
푸른달팽이 2008/09/16 13:06 #
행복코치 2008/09/16 13:20 #
이번에는 비록 내막을 잘 알게 되었지만,
모르고 지나갈 경우 얼마나 오해를 많이 하게 될까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푸른달팽이 2008/09/16 13:21 #
mooyoung 2008/09/16 13:51 #
푸른달팽이 2008/09/16 13:51 #
지나가던무명 2008/09/16 13:57 # 삭제
푸른달팽이 2008/09/16 13:57 #
진주여 2008/09/16 14:08 #
푸른달팽이 2008/09/16 15:20 #
로미안 2008/09/16 16:40 #
푸른달팽이 2008/09/16 16:42 #
앞으로는 섣불리 상처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냐 2008/09/16 19:26 #
때론 당장 드러나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것을 깨닫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푸른달팽이 2008/09/16 22:06 #
三天포 2008/09/16 19:55 #
글 잘보고 갑니다
푸른달팽이 2008/09/16 22:06 #
saells 2008/09/16 20:23 #
푸른달팽이 2008/09/16 22:06 #
유성 2008/09/16 21:32 #
푸른달팽이 2008/09/16 22:07 #
작은소망의아스카 2008/09/17 00:00 #
사람이란게 전능한게 아니라서..본다고 모든걸 알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글이네요...
그리고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동정하지 않는것에 공감 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잘 살아가시는 분들이니.. 동정이니 격려같은 다른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우리와 같은 격에있는 사람을 보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but.. 그래도 도움이 필요할땐 도와줘야겠죠.. @_@;;;;
푸른달팽이 2008/09/17 00:16 #
그중 하나가 장애인들에 대한 태도겠지요.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색함.
그것은 동정도 아니고 무시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말씀대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하고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사실 수년 동안 모신 제 회사 직속 상사가 장애인이십니다.
그런데, 수 년 전부터 그 분을 장애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미울 때는 밉고 좋을 때는 좋은 제 상사일 뿐이죠 ^^;
그래서 특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런 분들과 접촉을 자주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굳이 어떻게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원하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 자체로 보인다는걸 알게 될겁니다.^^
T_Luna 2008/09/17 00:15 #
푸른달팽이 2008/09/17 00:18 #
친구가 되기에는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우리 팀장님도 제가 친구먹으려 드는건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장애우라는 표현, 가려서 쓰고있습니다.
셋님 2008/09/17 21:10 #
푸른달팽이 2008/09/17 22:53 #
소피아 2008/09/19 11:20 #
푸른달팽이 2008/09/19 12:08 #